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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지 않는

 

변예진

회화(acrylic on canvas), 사진, 프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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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지워지지 않는”은 2020 작품 ‘애증’을 연작으로 꽃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하고자 만들어진 작품이다.

꽃잎은 인간과 동떨어져 있는 비생물이다. 타인의 감정도 그렇다. 살아있다고 할 수도, 그렇다고 살아있지 않다고 할 수 없는 모호한 감정은 꽃잎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2020 “애증”이란 작품에선 사랑은 애증이라고 말하고, 애증은 꽃과 닮았다고 말했다.

그 안에, 살아있지 않으며 나와 동떨어져 있는 꽃잎을 보면서 타인의 감정도 이처럼 나와는 구분된 하나의 객체라고 느껴졌다.

작품 속 사진과 그림에서는 색이 피부에 스며들고, 캔버스에 스며들면서 각인된다.

각인되는 과정은 나와(우리와) 동떨어질 수 없다.

그림과 사진 속 물감은 아크릴로 작업했다. 아크릴의 질감이 피부에 스며들도록 그리면서도 물질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스며들지 못하는 이중성을 보여준다.

나에게 애증은 동떨어질 수 없는, 어쩔 수 없이 스며드는, 그런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감정은 내가 알 수 없고, 나와는 다른 개체일 뿐인데, 이로부터 나에게 스며들어

사랑을 만든다. 이 행위를 꽃에 비유하여 작품을 만들었다.

꽃은 인간 피부에 스며들 수 없는데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애증(타인의 감정)도 나의 삶에 어쩔 수 없이 스며든다.

그렇기에 애증은 나를 지워지지 않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감정이었다.

애증을 물질로 드러내려고, 나는 이 그림을 이렇게 그릴 수밖에 없었다

 

꽃이 시든다고 과연 내 기억마저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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