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npodo ARCHIEVES
#THINK/THIN+INK Exhib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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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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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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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우
박제가 된 천재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무음의 아홉번째 단칸방이 나의 방이요, 굴러다니는 ‘은화’를 보았소.
박제가 된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나의 삶 까지가 유쾌하오.
튕긴 은화 처럼 맑은 정신은 폐에 센슈얼한 자취를 남기는 ‘니코틴’이 큰 도움이 되오.
생각을 그만둔다는 생각을 하는 내게 도움이 되오.
아내(내겐 아내가 있소)가 가자는 곳으로 온 내게 집의 위치는 알 바가 아니오.
나갈 이유도, 의지도 없으니, 스스로를 유폐 시켰다는게 올바른 표현일것이오.
-------00:40~00:57————
아내가 문을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들어온 날.
무의미한 ‘은화’를 주는 날이었다.
무성의하게(그것이 무성의한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흩뜨린 은화와 함께 내게 오늘은 나가있도록하라고 했다.
아내의 말을 따르기로 하였다.
이유는 묻지 않는다.
그것 이외엔 딱히 선택지는 없으니.
은화는 여전히 무의미하다.
————00:57~01:35————
서울은 생각보다 익살맞았다.
아해들은 골목으로(기실, 뚫린 골목일 것이다) 질주를 해댔다.
어깨를 젖게한 가랑비에 아랑곳 하지도 않은게, 퍽 우스웠다.
위트와.
목적없는 방황은 방 안과 밖을 구분지어 주지 못했다.
집 밖을 나와도, 여전히 난 집안이었다.
패러독스.
하나 다행인 것이라 함은 ‘집’을 갈 땐 목적이 생긴다는 것이다.
아이로니하기 짝이 없는 여정이 스스러웠을 뿐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발걸음은 가볍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볍다.
너무나도 가벼웠다.
——01:35~01:50—————
허나, 들려서는 안될 소리가 들렸지.
지독한 꽃향기가 코끝을 찡하게.
소음에 질식할 것 같은 나는
기어코 은화의 출처에 대해 반추反芻하기 시작하였지.
———01:50~02:48———
결국집의문을등지고달리기시작하였지
단한번도달려보지않기때문이였을거야
다리가이토록찢어질듯이고통스러운건
그걸잊게하는한의문이머릿속을채우지
피폐한꽃향기는유곽을지나며뱄을거야
기실단한번도되돌아보려하지않았던건
아궁이에굳이침을뱉는기습奇習,
향수로하여늘매운방의향,
반反걸어가려는성격
숨이차지만서도
머무르려드는성격
알지도못한채침식되어가지
침식侵蝕—그건 온갖것들의반反이다
반反낙원
반反삶
반反규칙
반反전
은화 덕에 아내는 날 찾고
은화 덕에 나는 생각을 그만두고
은화 덕에 그럼에도 살아갈 수 있었다
황홀한 최저낙원-연옥
무슨 목적으로 아내는 나를 내보냈어야 됐나?
나를 내보내 놓고, 그리고 아내는 내가 자는 동안에 무슨 짓을 했나?
혹, 이 모든 것이 오해가 아닐지? 그렇다면 어떻게 했어야 했나?
나는 또 오탁의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서는 피곤한 생활이 똑 금붕어 지느러미처럼 흐늑흐늑 허우적거렸다.
생각이 점멸하고 점멸하고 점멸하여 점멸하는 생각을 점멸하는 생각이 죽였다
그리고 난 괴로워 생각하는 것을 그만 두기로 하였다.
——-2:48~——
9.8미터 퍼 세컨드
지구의 중력 가속도라고 한다
이름모를 백화점 계단을 오르며 그 어떤 때보다 생각이 맑다.
문을 열고 ‘니코틴’없이 깔끔한 공기를 들이마시더니
불현듯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원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머릿속에서는 무無뿐, 따뜻해진 은화를 쥐고서 내딛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 전수현